▲다큐드라마 민족시인 윤동주 '하늘과 별과 바람과 詩' / KBS 1984.21.21 방송
서시(序詩)
-윤동주-
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
한점 부끄럼이 없기를,
잎새에 이는 바람에도
나는 괴로워했다.
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
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
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
걸어가야겠다.
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.
1941.11.20.
별 헤는 밤
-윤동주-
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
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.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
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.
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
이제 다 못 헤는 것은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,
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,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.
별 하나에 추억과
별 하나에 사랑과
별 하나에 쓸쓸함과
별 하나에 동경과
별 하나에 시와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,
어머님,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
불러봅니다.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
이름과, 패, 경,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
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, 가난한 이
웃사람들의 이름과, 비둘기, 강아지, 토끼, 노새,
노루, 「프란시스·쟘 」 「라이너·마리아·릴케」
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.
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.
별이 아슬히 멀 듯이,
어머님,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.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
내 이름자를 써보고,
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.
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.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
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.
1941.11.5
<시 출처> 윤동주 기념관
'한국의 재발견 > 일제 강점기 시인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광야 (1) | 2025.03.05 |
|---|---|
|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(0) | 2025.03.04 |



